들어가며
본 포스트는 UI 디자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이 아니라,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이 어색하다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위해 써 본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올바르지 못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처음 쓰는 툴이니 어색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워드프레스를 초심자들은 많은 부분들을 어색해합니다. 그 중은 상당히 오랜 기간 학습을 필요로 하지요. 그 중 대표적인 하나로 “관리자 화면”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관리자 화면에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인내심을 지불합니다. 약간 과정하면, 마치 웅녀가 곰에서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쑥과 마늘 먹으며 괴로움을 참아야 했던 것처럼요. 그 괴로움을 끝까지 참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도대체 왜 도구 때문에 내가 바뀌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참지 못한 몇몇 ‘호랑이’들은 참지 못하고 다른 CMS로 갈아탈 것이고, 이 분들 중에는 결국 워드프레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잘 적응한 사람들은 대부분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은 합리적이고 쓰기 편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적응하기 나름이라고는 하나, 단순히 적응도 때문에 불편함과 편함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면 과연 무엇 때문에 어떤 이들은 불편하다고 느끼고, 어떤 이들은 편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
우선 워드프레스의 관리자 화면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친숙하고 편한 스타일의 관리자 스타일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을 무엇이라 칭하기 어렵지만 “기존 스타일”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해 보고자 합니다. 네, 우리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문법과 문맥을 가진 바로 그 스타일입니다. 이 문법과 문맥을 거칠게나마 특성을 몇가지 나열해 보지요.
- 메뉴는 위계를 이루는데, 최상단에서부터 최하단까지 상당히 깊은 깊이, 적어도 3단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메뉴의 레이블은 “XX 설정”, 혹은 “XX 관리”라는 스타일로 되어 있어 세부적으로 디테일한 설정 및 관리를 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을 보면 “~관리”라든지, “~설정”이라는 레이블을 찾을 수 없습니다. 특별한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죠. 그냥 알림판, 글, 미디어, 페이지, 댓글, 외모, 플러그인, 사용자, 도구, 설정 (아!), … 이렇게만 있을 뿐입니다.
워드프레스 메뉴들은 우리한테 뭔가 “관리”하라거나, “설정”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아마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셨던 분들은 여기서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관리”나 “설정”이라는 말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어색함을 극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존 스타일과 워드프레스 스타일, 그 작은 차이를 이해한 것 가지고는 워드프레스식의 관리자 스타일을 납득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냥 관리, 설정 식으로 메뉴를 꾸며 주면 안되나요? 좋은 게 좋은 거고, 편한 게 편한 거 아닌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렇습니다. 기존의 스타일이 가진 ~~관리, ~~설정 같은 메뉴 구성은 그다지 좋은 메뉴 구성이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는 그런 스타일은 버리시기를 강력히 권하는 입장입니다. 앞으로의 글은 왜 기존의 스타일이 나쁜지, 그리고 왜 워드프레스 스타일이 권장할만한지에 대해 나열할 생각입니다. 만일 기존의 방법에서 더 이동할 생각이 없으시다면 이제 이 글을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관리자 화면 자체가 관리를 위한 장소이다.
관리자 화면 자체가 “관리(administration)”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그 메뉴 하나하나에 죄다 그놈의 관리가 붙어야 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요? 요즘은 데스크탑 뿐만 아니라 모바일 등등 여러 기기에서 웹에 접근합니다. 작은 화면에서는 집약된 정보가 중요합니다. 관리자 화면에서 관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낭비입니다.
관리의 본질은 모델이지 액션이 아니다.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CM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콘텐츠가 존재해야 콘텐츠의 관리가 거론될 수 있는 법이죠. 그러나 기존 스타일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관리 내지 설정을 이야기합니다. 제가 기존의 스타일을 나쁘다고 말하는 이유 중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사용자가 우선 관리자 메뉴에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관리 메뉴를 습득하는 것? CM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콘텐츠입니다. 관리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콘텐츠를 먼저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그 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할까 하는 문제가 생기겠죠.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은 다짜고짜 관리부터 하려 듭니다. 사용자가 그 관리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도요. 제 관점에서는 그런 메뉴들이 오히려 달갑지 않습니다.
CMS의 본질은 콘텐츠라고 반복하여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먼저 콘텐츠라는 “모델”이 정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모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액션”을 논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의 모든 경우 이 모델과 모델에 대한 행위는 붙어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을 다 포괄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문법에서 명사와 동사가 다른 것처럼 모델과 액션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기존 스타일이 나쁜 예
기존의 스타일이 나쁘다고 하는 이유를 모델과 액션, 혹은 명사와 동사의 측면으로 바꾸어 다시 강조해 볼까요? 행위는 행위의 대상이 존재해야 그 의의가 있습니다. 모델이 명확하게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액션을 취하면, 그 액션은 올바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메뉴 설계적인 측면에서도 액션 위주의 메뉴는 비합리성을 가지기 쉽습니다. 행위는 행위의 대상인 모델이 존재해야 그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모델의 구조가 변화하면 행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설계적으로 보면 행위는 모델에 종속되어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A 관리”라는 메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죠. 그리고 A 관리 메뉴의 실대상인 A 모델은 꽤나 복잡하기 때문에 B 모델 또한 같이 생각하여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B 모델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시적으로 A관리 메뉴에서만 B 모델이 보이도록, 즉 관리되도록 설계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C 관리”라는 메뉴를 또 추가되어야만 상황이 생겼다고 보죠. 그런데 대상이 되는 C 모델 또한 B 모델을 포함합니다. 자, 그러면 C 관리 메뉴에서도 B 모델에 대한 관리가 들어가야 하나요? 그러면 메뉴가 중복되겠죠? 그렇지만 C 메뉴도 B 모델을 처리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떡하죠?
앞으로 이런 식으로 개발하면서 “행동”에 대한 요구는 점점 늘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이 행동에 대한 메뉴를 만들어 나가게 되면 메뉴는 자연스럽게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이 복잡함을 감추기 위해 “위계질서”를 도입합니다. 메뉴가 깊어지겠죠. 그러나 동족방뇨입니다. 당장은 깔끔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중에는 원하는 메뉴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물론 위 경우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A, C 메뉴 둘 다 B 모델을 편집할 수 있는 UI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B 모델이 간단해서 망정이지, B 모델 또한 상당히 복잡한 구조였다면 개발자도 괴롭고, 쓰는 사람도 괴로울 것입니다. (여기 예에서는 “B 관리 페이지를 넣어!”라고 하시겠죠? 그게 제가 의도한 바입니다. 단, 그놈의 “관리”라는 접미사는 좀 빼 주는 게 어떨까요?)
제 나름대로의 생각으로는 대기업 홈페이지나 금융권들의 메뉴가 쓸데없이 어려운 이유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그들의 업무 범위는 상상외로 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만큼 복잡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복잡한 것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 중 얼추 이러한 요소도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짐작입니다.
워드프레스의 메뉴가 합리적인 이유
대개의 콘텐츠는 CRUD (Creation: 생성, Retrieval: 검색, Update: 수정, Deletion: 삭제) 이 네 가지 동작을 기본으로 합니다. 복잡한 동작도 알고 보면 이 4가지의 연장선이죠. 그런데 이 단순한 행위가 모델에 따라 여러 동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동선을 먼저 생각하기 전에 모델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요?
워드프레스의 관리자 화면이 심플하면서 직관적이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메뉴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리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보다 초점이 되어 있죠. 여러분이 어떤 플러그인을 설치해서 새로운 콘텐츠 형태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이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Gravity Form을 설치하면 Form이라는 명사형의 메뉴가 등장하지, “Manage Form” 같은 동사형의 메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커머스 플러그인을 설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품, 주문 같은 명사형의 메뉴가 생깁니다. 설정 메뉴의 하위 메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명사형의 하위 메뉴가 있죠. 그 메뉴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추가, 수정, 삭제, 검색 등의 행동을 담은 페이지가 나오죠.
이제 워드프레스의 메뉴에 익숙해진 분들이 직관적이고 편하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 분들은 “행동”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모델”에 더 초점을 맞추고 메뉴를 보기 때문에 메뉴가 더 쉬운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메뉴를 구성하면 그다지 메뉴가 깊어질 이유도 없습니다.
물론 우커머스 같은 상당히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플러그인은 실제로 메뉴가 많이 복잡합니다. 그러나 이런 복잡성이 좌측 주 메뉴에까지 슬슬 기어나온다면, 그건 문제겠죠. 위 그림처럼 워드프레스 관리자에서도 탭이라든지, 매니지 영역 등등을 사용해 더 깊은 메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문물’이란 게 대개 그렇습니다 .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려면, 기존의 것과 상충되는 것은 극복해야 합니다. 처음은 괴롭지만, 더 나은 방법임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것을 더 낫게 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거든요. 물론 기존의 관성이 만만찮게 강력하기 때문에 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놓치지는 말자구요. “왜 변해야 하는가?”, “이것을 변화하면 무엇이 나아지는거?”를 잘 이해하면 그 변화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워드프레스의 관리자는 왜 그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가?”를 더 이해하면 보다 워드프레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써 보았습니다. 전문적인 UI 디자이너의 의견이 아니라 틀린 점도 많고,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댓글로 피드백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