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치즈버거 양재점에 한두번 가 보게 되었다. 적절한 가격에 정말 좋은 햄버거를 파는 것 같았다. 그리고 되게 특이한 게 하나 있었다. 햄버거를 주는 트레이에 사장님이 이렇게 팸플릿에 직접 적은 편지를 인쇄해 나눠 주고 있었던 것이다.
첨에는 글씨도 작고 보기 힘들어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뭔가 투박한 문체에 느껴지는 묵직한 진심이 느껴졌다. 두번째 방문에 나는 이 팸플릿을 사진으로 찍은 후 아래처럼 직접 옮겨 적었다. 왜 이런 귀찮은 일을 시간을 들여 할까. 아마도 내가 이 분의 진심을 좀 더 경청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찾아 보니 이 글을 쓰는 2025년 6월 현재, 크라이치즈버거는 인스타그램만 운영하는, 아직 홈페이지도 없는 작은 기업이다. 그래서인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절박한 사장님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옳은 방향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듭니다. 깔끔한 매장에, 친절한 서비스로요. 그렇게 많은 분에게 기분 좋은 5분, 10분, 가능하면 30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한자리에서 조용히 빛나는 매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한자리에서 잘할 수 있게 되면, 또 새로운 한 자리에 저희가 살아가는 방식을 늘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다시 그 자리에서도 똑같이 하려고 해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깔끔한 매장에서, 친절한 서비스로요. 아주 기본만요. 이렇게 많은 분에게 담백하게 하지만 기분 좋게 좋은 식사 시간 제공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한 매장에서, 또 한 매장에서, 또 한 매장에서 그렇게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 속에서 저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어요.
5월에는 고민이 많았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월급날이 사장에게는 제일 걱정이라는 말은 너무 클리셰인데요. 정말로 그래요. 큰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니까요. 그런데 세금 내는 날도 그래요. 내야 하는 돈인데, 또 통장에서 돈이 뭉텅 나가거든요. 그리고 월세 낼 때도 그렇고요. 그렇게 숫자를 보다 보면 다른 생각들 하게 돼요. 어떻게 매출 늘리지, 비용 줄이지, 숫자 위주로 생각하게 되어요. 그렇게 소위 ‘사업하는’ 생각들 하게 돼요. 그런 생각들 하면 뇌가 다른 쪽으로 작동해요. 제가 하는 ‘일’보다도 ‘숫자’ 보게 되더라고요.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저도 올랐거든요. 그런데 계속 잠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밤에는 지치더라고요. 체력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요. 아녔어요. 그냥 정신적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다시 돌아봤어요. 왜 하지? 이걸 왜. 돈 벌려고 하는 것 맞는데요. 그게 전부면 조금 허해요. 그 이상의 목적이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그 이유를 스스로 만들더라도요. 최소한 믿고 살아갈 믿음이 있어야 하잖아요. 방향이 맞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단순해요. 더 많은 맛있는 음식들은 필요하신 분들에게, 적재적소에 전달하고 싶어요. 좋은 재료로, 깔끔한 매장에서, 친절한 서비스로요. 가끔은 매장에서, 가끔은 외부에서요. 그리고 더 많은 분이랑 여러 상황 장소에서 함께 이벤트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좋겠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이랑 더 친해지게 살아가고 싶어요. 일하면서, 친구도 사귀면서요. 그렇게 번 돈으로 직원들에게 더 돌려주고 싶어요. 아직 작은 회사라 많은 것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해주고 싶은 게 많고, 감사한 게 많은데 항상 힘든 일 없냐고 하면 괜찮다고 해요. 솔직히 답답해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그들이 더 많은 경험들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터전이 되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해요. 하는 일에 대해서 확신이 있거든요. 저희가 하고 있는, 걸어가고 있는 길이 옳다고요. 그런데 그 속도가 때로는 원하는 속도대로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이 왜 알아봐 주지 못할까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조급해져요. 그러다가 실수하기도 하고요. 다른 길로 돌아갈지 생각도 들고요. 그런 생각들을 했던 5월이었어요. 그런데요. 결국 그냥 답답하더라도 옳은 것을 매일 반복하며 걸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것밖에 정답이 없고, 그리고 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요. 그렇게 걷다 보면 누군가 알아봐 주는 사람 한 명, 한 명 드러날 거라고 보고요.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원하는 곳에 닿을지도요. 닿지 못해도, 어쩔 수 없죠. 그 과정은 의미 있을 거라 믿어요.
사업 이야기이자, 인생 이야기였는데요. 누군가 한 분에게라도 이 글이 닿기를 바라요. 오늘 매장에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는 매일 꾸준히 천천히 오래 할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종종 놀러 오세요. 이만 글 줄일게요.
진심을 담아서,
크라이치즈버거 사장 드립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