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워드프레스 운영자에게 보내는 잔소리

클라이언트에게 답신 메일을 보내다, 장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발췌해서 공유하고자 함이니 고객에 대한 것은 편집해서 공유해 본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누고 싶다.

워드프레스를 사용하여 운영을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이전 웹사이트의 사용 습관은 점차 개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그누보드 같은 기타 CMS나 자체 제작한 솔루션을 오랜 기간 사용하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워드프레스를 모르기 때문에,또 이전에 했던 방식이 더 편하니까, 이런 이유로 관리 화면의 스타일, 메뉴의 순서, 레이블 텍스트, 업무 흐름을 자꾸 워드프레스를 이전의 것으로 돌려놓으려고 요구를 하십니다. 일부는 사이트의 브랜딩을 위해 필요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워드프레스와는 맞지 않아 마찰이 크게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므로, 워드프레스에 맞는 생태계에 최대한 익숙해지려고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실례로 모 화장품 관련 사이트의 리뉴얼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트는 이전에 그누보드를 사용했었고, 그누보드는 모든 것이 ‘한국형 게시판’ 스타일에, 군데군데 PHP 난개발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구 개발 요소들은 폐기되고 새로 만들어야 했지요.

또 문제는 기존 운영자들의 마인드가 완전히 그누보드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 워드프레스를 그누보드처럼 커스터마이즈하려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워드프레스의 철학과 그누보드의 철학이 다른 만큼 적용하기가 어려웠지요. 그 결과물은 워드프레스의 관리화면이지만 워드프레스 답지 않은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그 사람들도 반쯤 편리하고 (왜냐면 그누보드는 어쨌든 버려야 하므로), 기존 워드프레스에 익숙한 사람은 도리어 더욱 불편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워드프레스 UI에 익숙해 질 수 있는 사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말이죠.


둘째. 현 워드프레스의 관리 UI에 최대한 적응하십시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조금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저희가 워드프레스 개발을 하면서 정말 여러가지 것들을 커스텀해 봤습니다만, 이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장기간 워드프레스를 사용했을 때, 또 여러 사람들을 고려했을 때 결론은 그렇습니다. 어지간하면 커스터마이즈를 비교적 덜 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간결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가장 좋은 워드프레스 커스터마이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워드프레스는 플러그인 + 테마입니다. 여러 기능들이 플러그인에 의해 지탱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어떤 기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미로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몇가지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를 예로 들자면 대표적으로 ‘메뉴 숨김’입니다. 관리자가 거추장스럽다고 메뉴를하나 둘 숨기기 시작하면 점차 관리자 자신도 이 사이트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기 어렵게 변합니다.

또 메뉴를 임의로 이동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워드프레스의 메뉴 구조는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콘텐츠를 시작으로 하여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요소인 셋업까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UI 메뉴 흐름이 있습니다. 이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메뉴가 뒤죽박죽되는 것이며 관리 작업에 있어 흐름이 깨지는 역효과를 냅니다. 가장 익숙한 메뉴가 반드시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면 워드프레스는 플러그인+테마 기능에 의해 얼마든치 확장, 축소가 가능한 유연한 구조이기 때문이며, 워드프레스 운영의 핵심은 이 가변성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워드프레스의 웹사이트 설계는 동행하는 플러그인과 테마의 기능과 반드시 같이 맞춰 나가야 합니다.

워드프레스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테마와 플러그인입니다. 이미 잘 만들어진 디자인과 기능을 혼합하여 복잡한 사이트도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생각합니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생태계는 상당히 방대해서 찾아보면 어지간한 것들은 다 유료, 무료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플러그인이나 테마가 유연하고 커스터마이즈가 용이하더라도 내 사이트에 그대로 완벽히 조화되기란 어렵습니다. 또 반대로 프론트와 어드민을 막론하고 내 웹사이트의 웹 디자인을 독단적으로 설계하면 반드시 테마와 플러그인 적용시 삐걱거리는 부분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 점은 다른 웹 개발과는 달리 워드프레스에서 잘 발생하는 특이한 사항입니다. 반드시 먼저 사이트에 적용할 플러그인/테마를 안배해서 설계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 커스터마이즈 100%를 들여 새로 제작해야 하는데, 이 방향은 아마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이유와 정면 배치될 것입니다. 85~95%을 얻은 상태에서 나머지 5~15%을 추가로 얻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워드프레스가 아무리 훌륭한 CMS라도 완벽하지는 않기에 나머지 커스터마이즈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저희가 생각할 때 간혹 워드프레스의 진가를 깨우치기도 전에 그 가치를 훼손(?)시키는 클라이언트들이 간혹 있습니다. 나름 워드프레스를 사랑하고, 또 오랫동안 사용해 보며 개발을 진행해본 저희로서는 그럴 때 다소 안타깝습니다.

아무쪼록 해피한 워드프레스 운영이 되기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